발행년월일 : 2021-05-0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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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슴도치섬에서 보내는 그림엽서-47
2006년 12월 26일 화요일 춘천신문

크늘프가 제 삶의 모델이었던 십대 시절이 있었습니다.

크늘프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<크늘프 그 삶의 세이야기>의 주인공입니다. 생래적으로 국외자局外者였던 그는 삶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가족도 직업도 없이 세속의 삶을 구경하며 방랑했습니다. 손풍금을 치며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. 그는 단 한번 프란찌스카란 연상의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녀로부터 “돈 쓸 줄 아는 사내가 좋다”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.  

크리스 마스를 며칠 앞둔 5공화국의 변두리 사글세방에서 “청소년 여러분 눈 덮인 산에서 쓸쓸하게 죽은 크늘프를 아십니까? 뭐 이렇게 시작되던 라디오의 공익광고를 들은 것은 30대였습니다. 크늘프처럼 목적 없는 삶을 살아선 안 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. 그 때 저는 뭐 이런 좆같은 광고가 있냐며 몇 사람에게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. 그 때까지도 크늘프는 그냥 제게 매력 있는 캐릭터였습니다.

크늘프는 결국 눈 덮인 산의 절대 고독 속에서 신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숨을 거두었습니다.    

누이가 사는 고향집에 처박아 두었던 책 더미에서 크늘프를 다시 만난 건 우연이 아닌 듯싶습니다.  눈 덮인 산이 보고 싶은 12월의 오훕니다.

   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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